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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취미생활

마인드카페 텍스트 테라피(채팅 심리상담) 후기: 일중독과 쉬지 못하는 나에 대해서

by harddrink 2023.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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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을 대면으로도 몇차례 해봤지만 마인드카페라는 앱에 채팅이나 전화로 상담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이것도 몇 번 받아봤다. 만나서 이야기해도 한시간 안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운데 채팅으로 이게 가능할까? 싶은 생각은 들었다. 실제로 심리상담을 받고 싶었던 차여서 마인드카페를 이용해보았다. 마인드카페는 아토머스라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다. 워낙 심리상담에 도움을 많이 받다보니 회사에도 관심이 많아지는데, 기사 보면 마인드카페 이용자가 굉장히 많은 듯하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22214781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 "정신건강 비대면·익명 상담…100만명 마음이 편해졌죠"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 "정신건강 비대면·익명 상담…100만명 마음이 편해졌죠", 정신건강 상담 플랫폼 '마인드카페' 대기업·공공기관 120곳 이용 제휴 이달 200억 시리즈B 투자 유치

www.hankyung.com

 

 

마인드카페 사용법

사이트 혹은 앱에 들어가서 "전문가 찾기"를 하고 끌리는(?) 상담사를 선택한다. 대체로 후기와 별점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어서 나는 별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상담사마다 성향이 조금 다르긴 한데 상담 받아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노릇. 내가 되는 시간에 맞춰서 고를 수도 있고, 당장 상담 가능한 상담사도 앱 첫화면에 계속 띄워주기 때문에 그냥 갑자기 마음이 힘들어서 상담 받고 싶다, 할 때 급하게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급하게 받는 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음. 하지만 나는 괜찮았던 것 같음.

https://www.mindcafe.co.kr/

 

마인드카페 - No.1 온라인 익명 심리상담 플랫폼

데이트폭력 정의, 대응법과 심리회복에 대한 전문지식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뒤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심리적 회복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외상에 비해서 대인관계에서의 외상은 심리적

www.mindcafe.co.kr

 

마인드카페 가격

1시간 대면 상담이 보통 8~10만원 하니까, 채팅이 52,000원이면 그래도 합리적인 가격처럼 느껴지기는 했다. 당연하게도 횟수를 늘릴수록 가격할인이 들어가고, 기업 제휴 가격도 있다. 나는 회사 제휴를 통해 1회 무료 쿠폰을 가지고 있어서 사용해봤다. (참고로 1급과 2급이 무슨 차이인진 모르겠으나 1급이 조금 더 비싸다)

 

마인드카페에서는 심리상담도 가능하지만 코칭, 클래스, 심리 검사, 그룹 코칭 등도 가능하다. 심리상담은 마음을 치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코칭은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룹 강의의 경우 스트레스 관리, 인생설계, 소통 스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더라. 물론 나는 심리상담만 해봄.

 

 

마인드카페 텍스트 테라피 진행과정

예약이 잡히면 "상담 접수지"를 작성한다. 사실 이 때 최대한 자세히 적는 게 중요하다. 귀찮아서 자세히 안 적었더니 상담 시작되고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해야해서 시간을 약간 날리게 된다. 이런 것까지 적어도 될까? 싶은 것도 당연히 다 적으면 좋다. 

 

 

그 다음엔 심리검사지를 작성한다. 몇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내 심리상태가 어떤지 보는 것이다. 둘다 마인드카페 내 계정에 기록이 남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 심리검사지의 경우 공식적인 테스트까지는 아니므로 아래 이미지에 써있는대로 정말 심각한 상태라면 병원가서 확인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채팅 상담은 PC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타이핑을 해야하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50분 동안 타이핑 하기에는 피로도가 높다. 마인드카페에서 이뤄지는 상담의 경우 시간이 제한적이고 1회성으로 해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내 상황을 상담지에 미리 적어서 보내고, 이 시간을 통해 무엇을 얻어가고 싶은지, 어떤 것을 해결하고 싶은지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상담이 시작되고 상담사가 "오늘 어떤 것을 얻어가고 싶으세요?" 라고 했을 때 솔직히 나는 굉장히 무기력하고 지친 상태였어서 아무 것도 얻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냥 말할 곳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그냥 그렇게 말하는 것도 아무 상관 없으니 그냥 말하자. (라고 썼지만 당시에 나는 그러지 못해서 조금 아쉬운 마음...)

 

 

마인드카페 텍스트 테라피 상담내용

처음이었지만 느낀 점이 많아서 상담사님의 말을 파란색으로 기록해본다.

 

첫번째 상담

  • 나에게 가혹하고, 작은 실패에도 심하게 자책하는 나. 사람들이 나를 신뢰하지 않을까봐 더 열심히 함
  • 왜 신뢰 받고 싶을까? → 나를 중요하게 여겨줬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 어떨 때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생각이 들까? → 사람들이 나를 많이 찾을 때, 사람들이 나에게 잘 협조해줄 때
  • 그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안 중요한 걸까? → 그건 분명 아니겠지만 잊혀지는 느낌이 든다.
  •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는 듯 → 맞음
  • 무엇이 너를 그렇게 불안하게 만드는가? 불안은 결국에 나를 보호하고자하는 본능. 무엇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었던 걸까? → 일이 인생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기서 실패하면 다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이 잘 안된다.
  • 기준이 높은 사람인 것 같다. 낮추면 어떨까? 낮춘 기준을 충족할 때 기뻐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 나는 대체로 기쁘지가 않다.
  • 기준을 낮추지 말고 그럼 기준을 쪼개보자. 하나를 퉁쳐서 실패라고 치부하지 말고, 이 부분은 성공했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는 것.
  •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 것도 연습해야한다. 언제 내가 편하고 즐거웠는지, 최근에 기쁘다고 느꼈던 순간이 언제인지를 기억해보자. 그 때의 감정을 더 자주 생생하게 느껴보자.

 

박현정 상담사님과 텍스트 테라피를 1회 진행했을 때 상담 내용이 너무 좋아서 4회기를 더 결제했다.

 

 

두번째 상담

  •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자기혐오하는 나. 성공에 대한 기준이 높고 나를 다그침.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들의 기대감이 나를 더 힘들게 함.
  • 그런 인정과 칭찬을 그냥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나? → 부담스럽다. 가끔은 그냥 무작정 긍정적으로만 본 것 같아서 현실성 없어 보였다.
  • 실망할까봐 걱정하는 것 같다. 실망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응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 기준이 왜 높아졌을까? 부모님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나의 기준, 친구들의 기준, 가족들의 기준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 그러면 너무 희생하면서 무거운 짐을 지는 것 아닐까? 그런데 왜 스스로가 싫어질까? →  많은 일들을 힘들이지 않고 처리하고, 감정적으로도 강해지고 싶은데 여전히 내가 내면이 유약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 힘들 때 힘들어하는 건 당연한 것. 누가봐도 힘든 상황이다. 강해지고 싶은 마음은 왜 이렇게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걸까? →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려워서 그런 것 같다.
  • 쓸모없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어린 시절의 경험 이야기)
  • 어릴 때 그런 경험이 있었다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특별히 더 노력했을 것. 지금은 근데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 어렸을 때 극복했던 방식이 익숙하니까 무의식적으로 계속 쓰게 되는 것. 너에게 낯설지만 새로운 전략들이 필요하다. 행복하고 기쁜, 즐거운 나도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보자.

 

세번째 상담

  • 일부러 쉬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쉬는데도 일 생각이 나고 불안하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 때까지 쉬어보고 싶다.
  • 쉬고 싶은 마음과 쉬면 불안해질 것 같아서 걱정하는 마음 2가지가 싸우는 것 같다. 쉬고 싶은 마음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나?  일에서 오는 기쁨과 슬픔이 너무나 강렬해서 쉬면서 느끼는 행복이 그것보다 더 만족스러울까 싶다.
  • 쉬면 불안해서 걱정하는 마음 즉, 일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마음은 구체적으로 무엇?  일을 잘하는 사람 = 쓸모있는 사람 = 행복해도 되는 사람 이라는 프레임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해야되나?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마음이고 싶다. 하지만 그 마음 때문에 실제로 많은 성과들이 있어서 쉽게 놔지지가 않는다.
  • 일해야하는 마음은 왜 너를 좋아하지 않을까?  쉬고 싶은 마음은 제대로 쉬거나 재밌게 놀지 못하는 나를 미워하고, 일해야하는 마음은 힘들어하면서 멈춰버린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 두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 같다. 어떤 마음이 너에게 더 가까운가?  일해야하는 마음. 더 오래 깊이, 나에게 익숙하다.
  •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 다른 한쪽을 비난할 때가 많다. 우리는 대부분 혼란을 느끼게 되는데, 여러 마음들을 질서있게 조율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너의 경우 일해야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다른 마음을 압도하고 있었을 수 있다. 누구나 조율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내면의 힘을 잘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둘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만으로도 대견하다.
  • 일해야하는 마음도 사실은 너를 위해, 네가 소중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일했던 것. 근데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지친 것이고, 이미 넘치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일해야하는 마음은 그걸 잘 모를 수도 있다.

 

네번째 상담

  • 적어도 쉬고 싶은 마음과 일해야한다고 말하는 마음 둘 다 잘못된 게 아니다. 둘 다 너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 두 마음을 가운데서 바라본다면 각각에 대해 어떤 마음일까? → 둘 다 나를 위한 마음이겠지만 가끔은 쉬고 싶은 마음이 바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쉬어야하는 이유를 스스로 잘 납득하지 않는 듯하다. 물론 쉬고 싶은 마음을 편하게 두고 싶기도 하지만.
  • 비행기 탑승 안내방송을 기억하는가? 산소호흡기를 내가 먼저 착용해야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성장을 위해서 쉬는 게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쉬는 건 생존의 기본에 가깝다. 일해야 한다고 말하는 마음이 목소리를 크게 낼 때, 조율하는 힘을 가지고 두 마음과 이야기를 나눠보라.

 

채팅 상담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채팅 상담이 워낙 편하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게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총 5번을 끊었는데 내가 한 번은 야근하다가 까먹어서 상담을 놓쳤고 (안녕 내 5만원...) 그냥 통근길에 채팅하면서 가다가 집중력이 흐려질 때도 있었다. 아무래도 대면 상담보다는 몰입하기가 어렵다보니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 두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힘들 때 급하게 잡았던 첫번째 상담이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듯하다. 어쨌든 상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1. 상담지 꼼꼼하게 작성하기: 내가 겪고 있는 문제, 시도해본 것들 모두 솔직하게 쓴다.
  2.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두기
  3. 상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장소에서 PC로 채팅하기
  4. 상담이 끝난 후 상담 내용을 다시 읽어보면서 곱씹어보기
  5. 상담사가 제안한 해결법이 있다면 의심하지 말고 일단 실행해보기

 

채팅 상담의 큰 장점 중에 하나는 대화가 기록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상담 자체는 5, 6월에 했지만 지금이 후기를 쓰면서 다시 읽어보니, 도움이 된다. 상담사가 써준 상담 리포트도 다시 읽어보면 좋다. 채팅이어서 또 신기한 점은 텍스트기 때문에 내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채팅이어서 흥미로운 점은 텍스트기 때문에 내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사용하는 부정 단어에 놀람과 싫음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긍정 감정은 기대감과 존경이라는 것도 재밌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요

상담센터까지 가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심신이 지친 상태일 때, 상담만 받으면 눈물 줄줄이어서 말하기가 어려울 때, 차분하게 나의 생각을 글로 전달하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다. 확실히 전화나 대면보다는 오가는 대화의 양은 매우 적다. 체감상 대면으로 했을 때의 절반 이하? 였다. 하지만 너무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땐 밖에 나가서 사람 만나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므로 채팅 상담이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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