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크래프팅: 스스로 만드는 일의 의미
1. 잡 크래프팅이란? (Job Crafting)
직장에서 단순히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만족감을 얻기 어렵다. 조직이 제공하는 직무 설계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직무를 조정하여 의미와 동기부여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념이 바로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이다. 잡 크래프팅은 단순한 직무 조정이 아니다. 개인이 직무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자신에게 더욱 의미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업무 만족도와 성과가 동시에 향상될 수 있다.
잡 크래프팅은 직무특성이론(Job Characteristics Theory, JCT)에서 나온 개념이다. 1970년대, J.R. Hackman과 G.R. Oldham은 직무 설계가 직원의 동기부여, 만족도,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특정한 직무 특성이 직원의 심리적 상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분석했고, 조직이 직무 설계를 개선하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아지고 성과도 향상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JCT의 핵심은 직무를 단순한 업무 목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그 업무를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같은 업무라도 설계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동기부여 효과를 가진다.
https://en.wikipedia.org/wiki/Job_characteristic_theory#cite_note-HackmanOldham1975-2
2. 자기 이해에서 시작하는 잡 크래프팅
잡 크래프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면 먼저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음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자신이 업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 나는 일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 (motive): 보람, 성장, 연결, 안정성 등 일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돈, 성취감, 사람들의 인정 등 내가 얻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strength): 기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 소통 능력 등 강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사소한 것도 좋다. 신속한 대응, 협업, 경청, 유연함, 빠른 이해 등 내가 잘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나, 남들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 무엇을 할 때 가장 몰입하는가? (passion): 어떤 업무에서 흥미를 느끼고, 성취감을 얻는지 알아야 한다. 팀의 '효율성'이 높아질 때? 가시적인 성과가 보일 때? 복잡한 문제를 풀 때? 아니면 사소하게는 글쓰기, 자료 찾기, 영상 보기 등도 좋다.
3. 더 즐겁게 하고 싶은 일 찾기
업무 중에서 지루하거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잡 크래프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현재 자신의 직무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본다. 그다음, 재미를 느끼는 부분을 더욱 강화할 방법을 고민하고, 지루한 업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렇게 하면 업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4. 직무 특성 다섯 가지 관점에서 잡 크래프팅 접근하기
Hackman과 Oldham은 직무가 다음 다섯 가지 특성을 잘 갖출수록 동기부여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면 직무 만족도가 상승하고 동기부여가 강해진다.
- 기능 다양성(Skill Variety): 업무에서 얼마나 다양한 기술과 능력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직무의 흥미도가 달라진다. 단순 반복 업무보다는 여러 능력을 활용해야 하는 직무일수록 동기부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단순 데이터 입력 작업보다는 기획, 분석, 보고까지 함께 하는 업무가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 과업 정체성(Task Identity): 업무가 시작부터 끝까지 완결된 결과물로 연결될 때 직무 만족도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특정 코드만 개발하는 것보다는 프로젝트 전체를 담당하는 경우 성취감이 커진다.
- 과업 중요성(Task Significance): 업무가 조직이나 사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느낄 때 동기부여가 강해진다. 예를 들어, 병원 청소부가 단순히 청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회복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면 업무의 의미가 더 커진다.
- 자율성(Autonomy): 업무 수행 방식과 결정권을 얼마나 가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결정할 수 있을수록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일하게 된다.
- 피드백(Feedback): 업무 결과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을 받을 때 업무 몰입도가 올라간다. 피드백이 없으면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모른 채 무기력해질 수 있다. 내 일의 결과에 대해 명확하고, 특징적이고, 구체적이며 행동가능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다.
5. 동기 잠재력 점수(Motivating Potential Score, MPS)
JCT는 직무의 동기부여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MPS(Motivating Potential Score) 개념을 도입했다. MPS는 다음 공식으로 계산된다. 즉, 스킬 다양성, 과업 정체성, 과업 중요성이 평균적으로 높고, 자율성과 피드백이 많을수록 직무의 동기부여 점수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MPS가 높은 직무일수록 직원들이 더 몰입하고 적극적으로 일할 가능성이 크다. 7점 척도로 점수를 매겨보고 어떤 항목의 점수가 가장 부족한지 파악해보자.
직무 특성 | 질문 내용 |
1. 스킬 다양성 (Skill Variety) | 1. 업무에서 다양한 기술과 능력을 활용해야 하는가? |
2. 업무가 창의적인 사고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가? | |
3. 직무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기존 능력을 확장할 기회를 제공하는가? | |
2. 과업 정체성 (Task Identity) |
4. 업무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가? |
5. 자신의 업무가 하나의 완결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가? | |
6. 맡은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수행할 기회가 주어지는가? | |
3. 과업 중요성 (Task Significance) |
7. 업무가 조직 내부 또는 외부의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 |
8. 업무 결과가 동료나 고객의 업무 또는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가? | |
9. 자신이 맡은 직무가 회사 또는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는가? | |
4. 자율성 (Autonomy) |
10. 업무 수행 방식과 절차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 |
11. 직무 수행 시 상사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가? | |
12. 업무 일정과 목표를 스스로 조정할 자유가 있는가? | |
5. 피드백 (Feedback) |
13.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자신의 성과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가? |
14. 동료나 상사로부터 업무 결과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받는가? | |
15. 업무 자체가 자신의 수행 수준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가? |
이 설문을 통해 자신의 직무가 동기부여 요소를 얼마나 충족하는지 평가할 수 있다. 높은 MPS 점수를 가진 직무일수록 몰입도가 높아지고, 업무 만족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점수가 낮다면 직무 설계를 개선하거나 업무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6. 직무특성이론을 활용해 업무 환경 개선하기
MPS 점수가 낮다면 직무 설계를 개선해야 한다. Hackman과 Oldham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했다. 이런 방법을 활용하면 직무 만족도를 높이고, 조직 전체의 성과도 개선할 수 있다.
- 직무 확대(Job Enlargement): 업무의 범위를 넓혀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포함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 직무 풍부화(Job Enrichment): 업무량을 단순히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 권한을 높이고 피드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직원이 스스로 업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 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
- Job Crafting: 직무 설계를 조직 차원에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직접 자신의 업무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거나, 기존 업무에 창의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잡 크래프팅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다.
- 과업 크래프팅 (Task Crafting): 업무의 유형, 순서, 범위를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기존 업무를 새롭게 조정하거나, 더 의미 있는 업무를 추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입력 업무를 단순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 도출까지 확장할 수 있다. 단순 반복 업무라면 업무 중에 쌓은 지식을 조직에 공유하는 등 새로운 역할을 만든다거나, 프로세스 재정비, 시스템 개선, 최적화 작업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
- 관계 크래프팅 (Relational Crafting):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정하는 방법이다. 중요한 이해관계자와 더 긴밀한 협력을 하거나, 팀원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협업할 기회를 늘리거나, 특정 동료와의 소통 방식을 바꿀 수 있다.
- 인지 크래프팅 (Cognitive Crafting): 업무를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동일한 업무라도 자신이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다시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단순 고객 응대 업무도 고객 만족을 높이는 과정으로 인식하면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직무특성이론은 단순히 "좋은 직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이론이 아니다. 직무 설계를 통해 동기부여를 높이고, 업무 만족도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이다. 스스로 업무를 조정하고 의미를 찾는 방법을 익히면, 보다 즐겁고 몰입할 수 있는 직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지금 하는 일이 지루하거나 동기부여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다섯 가지 요소를 다시 살펴보자. 그리고 MPS 설문을 통해 직무를 진단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직무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때때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